여행이란...

가을 여행 둘째 날. (지리산 피아골 계곡, 화개장터, 남도 대교, 최 참판댁)

조선산겔배이 2009. 11. 15. 12:49

X 파일 : 코가리의 습격.


스컬리 : 들리나요? 멀더.
멀   더 : 네, 똑똑히 들리는군요.
스컬리 : 이렇게 굉음을 내며 수면을 취하는 생명체는 지구에 존재하지 않아요. 무서워요. 멀더
            (스컬리는 무척 놀라며 무서운 듯 자신의 몸을 멀더에게 밀착한다.)
멀   더 : 맞아요. 스컬리...
            (멀더는 미지의 생명체가 인지하지 못하도록 조용히 라이트를 비춘다.)
            아니 이것은...
            스컬리, 이 생명체는 우리가 수년간 뒤쫓던 외계 생명체, 코가리예요!!!
스컬리 : 정말이에요? 멀더.
            진정 이것이 코가리...?
            앗, 손대지 마세요. 위험해요 멀더!
멀   더 : 놀라지 마요, 스컬리.
            이 코가리는 지금 만취상태라 우리를 인지할 수 없어요.
            (멀더는 굉음을 내는 코가리의 코를 이리저리 만져본다.)
스컬리 : 우리 인간과는 달리 코가리는 딱딱한 것을 좋아하나 봐요.
            곤봉다리를 바닥에 깔고 자다니... 정말 특이하네요.
            근데, 멀더. 코가리의 배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요.
            보이나요?
멀   더 : 흠. 지금 코가리의 배에선 자연숙성 유기농법 친환경 거름이 생성되고 있어요.
            주변 생태 환경을 보아 뱃속엔 삼겹살, 김치, 참치 등이 발효되고 있을 것 같아요.
스컬리 : 아니, 코가리는 이슬만 먹고 산다고 들었는데, 변종인가요?
멀   더 : 그런 것 같아요. 근데, 스컬리
스컬리 : 멀더... 그 눈빛은...
            (멀더는 라이트를 끄며 스컬리에게 다가간다.)
...
이하 19금...

코에 양치질을...;;

정체가 탄로 난 그녀, 이제 주먹질까지...ㅠㅠ

그녀의 각성으로 말미암아 폐허로 변한 청수산장민박을 떠나며...


레일 바이크를 타며 룰루랄라~♬ 해맑게 웃던...ㅠ
교육과학기술부가 권장하는 건전한 레크레이션 활동인 부루마블을 즐기는 도중,
문틈으로 들어온 벌레를 보며 무서워하던...ㅠㅠ
그렇게 연약하고 얌전하며 언제나 해맑게 웃던 그녀가...ㅠㅠㅠ

드러렁~♬, 자근자근(이빨) 원, 투, 쓰리~ 곤봉♪
드러렁~♬, 자근자근(이빨) 옙 베이베~~ 곤봉 곤봉♪
드러렁~♬, 자근자근(이빨) Check it up, now~~~ 곤봉 곤봉 곤봉♪

코가리의 출현으로 말미암아 아침이 밝아오기 전, 청수산장민박의 2층 손님들은 밥을 하다가 놀라 밥솥을 놔둔 체로 도망쳐 버리고, 피아골 계곡은 대피하기 위해 몰려든 인근 주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게 된다.

먹잇감이 넘쳐 나는 피아골 계곡으로 방향을 잡은 드러렁 언니.
우리 또한,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인질이 되어 따라갈 수밖에 없었는데...

넘쳐 나는 먹잇감을 보자 행복해하는...
드러렁 언니의 주 무기이자 최대 약점인 코를 습격하고자 V로 찔러 보려 했으나...ㅠ

카메라를 왜 안 본거지?ㅠ

외계 생명체, 코가리의 잠자리로 이용된 곤봉다리 언니.
어젯밤의 그 처참했던 시간을 대변하듯 입은 붕어 입, 목은 돌아가고, 턱엔 코가리 발톱 자국까지...ㅠㅠ

직전마을을 지난 피아골 계곡의 입구.

잡아먹지 말라며 '싹싹' 빌고 있지만, 단지 그녀는 먹잇감의 온도를 재며 부패했는지 확인 중이라는...;;

날씬한 사람들 전용 다리.;;

단풍을 배경으로 한 인물 사진, 촬영해 본 기억이 없다.
인물을 위해 노출을 올려 버리면 배경이 죽고, 배경을 살리자니 인물이 어둡게...;;

조리개와 셔터 스피드의 조절로는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운 단풍사진.
걍 앞으로 단풍사진은 촬영하지 않는 것이 정답인 듯.ㅠㅠ


해맑게 웃는 그녀.
유주얼 서스펙트, 디 아더스를 능가하는 반전 영화의 주인공인 동시에,
용가리와 함께 괴수 영화를 이끌어가는 한 축이라는...







진휘의 싸늘하고 뾰루퉁한 저 표정은... 지금 이글을 보며 지을 표정과 비슷할 것 같다는...
용서를 빌면 봐줄런지...ㅠㅠ


나 어제 코가리에게 깔려 이렇게 잤어염.


단풍을 예쁘게 담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이쯤에서 잠시 잊혀졌던 곤봉다리 언니 얘기로 돌아가 보자.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 한동안 좌절했었지만, 다시 삶의 의지를 붙어넣기 위해 이번 여행에 참가했던 그녀.
독한 항암제로 말미암아 빠지는 머리카락을 비니로 감추며...
바닥난 체력에도 젖먹던 힘까지 짜내어 곤봉다리의 우수성을 보여주던 당찬 그녀에게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해준 어젯밤, 그녀가 왜 외계생명체 코가리와 마주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몇년 전...

곤봉다리 언니는 부루마블이라는 행성에서 '부산으로 놀러오세염~' 이 한마디로 400만 부산 시민을 대표하는 저렴 마델로 데뷔한다.
갓 20세를 넘긴 약관의 나이에 그녀가 기라성같은 일류 모델들을 제치고 부산을 대표하는 저렴 마델로 데뷔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존의 깡마른 모델들과 차별화된 곤봉다리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려하게 모델계에 일약 데뷔했던 그녀는 각종 펀드와 주식에까지 손을 대며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이름으로 신평, 장림 일대에 다시 한번 유명세를 떨치게 된다.

그렇게 부산의 모델계, 재계 모두의 사랑을 받던 그녀.
그러나 인생이란 것은 밝음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거름 언니의 등장으로 그녀는 점점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잃어가게 되는데...


괴정에서 거름 만드는 가내수공업을 삼십 오대째 이어 온 거름 언니.

대대로 내려온 거름을 만드는 음식물의 섭취 비율이 서구식으로 바뀐 그녀의 식습관과는 맞지 않았고,
어렵게 생산한 유기농 거름의 짧은 유통기한으로 고민하던 그녀.
며칠 밤을 코로 절규하며 아쉬워하던 그녀는 급기야 도야를 전문 경영인으로 영입한다.

도야 어머니인 남해띠께서 직접 제조하신 김치의 섭취로 질 좋은 거름의 음식물 섭취 비율 문제 해결!
출장 뷔페의 장점을 벤치마킹하여 만든 '출장 거름 하사 시스템'을 전격 도입하여 유기농 거름의 짧은 유통기한 문제 해결!
그렇게 도야를 전문 경영인으로 영입함과 동시에 승승장구!! 팍팍~
국내 원예계에 혜성처럼 등장, 부를 축적한다.


또한, 그녀는 거름 업계에 종사하고 있다는 자신의 최대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거름으로 정성 들여 키운 꽃의 추출물을 이용해서 만든 화장품인 '오휘~'(원래 이름인 '진휘~'는 도야 전문 경영인이 반대했다는...)로 화장품업계까지 진출함으로써 부산 시민의 사랑을 곤봉다리 언니에게서 점점 뺏어온다.
.
..
...

어느덧 어젯밤.

부산시민의 사랑은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리고, 설상가상 시한부 선고까지 받은 곤봉다리 언니.ㅠ
한때 유명했던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없는 곳,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을 찾아 헤매다 지리산 자락 어느 시골 마을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다.


그 시간 코골이를 고치기 위해 콜럼비아호로 우주여행을 하고 있던 외계 생명체 코가리는 태양계를 지나고 있었다.

긴 우주여행에 무료한 코가리.
심심하던 차에 TV를 켜자 때마침 코골이 치료에 효험이 있다는, '곤봉나무 베개' 홈쇼핑 방송이 나온다.
방송에 몰입하며 전화기를 들었다 놨다 반복하던 코가리는 쾌재를 부르며 우주선의 방향을 지구로 수정한다.
그러나 곧 코가리는 방송 자막에 비통함을 느끼며 코로 절규하고 마는데...



놀라운 코의 소음으로 말미암아 고장 난 우주선,
지리산 청수산장민박으로 불시착하게 되면서 곤봉다리 언니와 코가리의 운명적인 만남이 이루어진다.

어둠속...
방금 보았던 '곤봉나무 베개' 홈쇼핑 광고를 생각하며 코로 울부짖는 코가리.
드러렁~♬
드러렁~♬
곤봉나무 베개를 그리워하며 주변에 딱딱한 것을 찾다 곤봉다리 언니의 다리를 베며 잠을 이룬다.
.
..
...

멀더와 스컬리의 등장과 그들의 애정행각. (이 얘긴 위에서 언급하였으므로 생략. 기억이 안 나면 다시 보고 오삼)

멀더와 스컬리는 아직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불타는(?) 초보 커플.
장기간 'X 파일'에 출연하느라 연예다운 연예를 해보지 않은 그들은 어둠 속 키스조차도 서투를 수밖에 없다.
그들은 숙원이었던 '코가리의 발견'도 잊은 채 어둠 속에서 이빨을 부딪쳐가며 애정행각에 열중해 가는데...

"자글자글... 툭!"
"달그락 달그락... 툭툭!!"
일찍 잠든 곤봉다리 언니, 그 소리에 살며시 눈을 뜬다.


평소 아무도 몰래 비디오로만 보던 그 꿈꾸던 장면이 자신의 눈앞에 펼쳐질 줄이야...
시한부 삶의 슬픔도 망각한 체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움직이려고 하는데...

'왜 다리가 안 움직여지지?'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곤봉다리는 이미 코가리의 베개로 쓰이고 있었으니...ㅠ

자신의 다리를 베고 자는 사람이 코가리가 아닌 거름 언니라 여긴 그녀는 혼자만 그 장면을 보기 위해 움직이지 않고 멀더와 스컬리의 입만 따라 하다 다음날 내내 붕어 입으로 다니게 된다.
.
..
...

그리고 오늘 아침...

이른 새벽,
외계생명체 코가리는 이미 자신의 코골이가 곤봉다리로 치료된 것을 모른 체...
우주선을 고쳐 은하계 다른 행성으로 곤봉나무 베개를 찾아 떠나가고...

곤봉다리 언니는 자신의 옆에 코가리가 있었던 것도 모른 체 그 옆에서 얌전하게 잠만 잔 거름 언니에게 코로 득음의 경지에 이르렀다며 나무란다.
게다가 혼자만 불후의 명장면(?) 본 것을 숨기기 위해 밤새 이빨은 누가 간 건지 모르겠다며 거름 언니를 더욱더 무안하게 만드는데...

황당함에 어찌할 줄 모르던 거름 언니,
365일 매일 빼먹지 않던 '꽃밭 거름주기' 일정을 취소해 버리며 출장지까지 따라온 전문 경연인 도야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게 된다.

다른 사람 먹는 것을 보며 부러워하고 있다는...;;

곤봉다리 언니와는 다르게 힘들어 보이지 않는...^^


가장 아름다웠던 장소.


귀신에 홀린 저렴 마델을 대신하여 활약 중이라는...^^

웃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가장 맘에 드는 사진.


흔들흔들~ 무섭지 않니?
이 다리를 건넌 후 더는 진행하지 못하고 되돌아 내려왔다는...ㅠ

간만에 등장한 곤봉다리 언니.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는... (싸이에서 진휘 눈이 없다고 놀리더니...ㅋ)

햇빛에 비친 단풍을 촬영하려 했지만, 느낌이 영...


건방진 컨셉이라는...ㅋ 야야야~

피곤해도 항상 미소 가득한 진휘.




피곤함에 쩔어도 저렴한(?) 포즈 설정해 주시는...ㅠ

접히는 기능도 가진 놀라운 곤봉다리.


화영이가 먹여 살리는 저렴 작가, 드러렁 코디.

유일한 단독 샷.
진휘의 작품인데 뒷모습이라는...ㅠㅠ


피아골 대피소까지의 등산일정은 곤봉다리 언니의 의도된(?) 부상과 똥 종이의 도야 설득 작전으로 조기 종료 되고...

화개장터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한 우리.
그러고 보니 화개장터에서의 사진이 없다는...;; (먹는 것에 너무 집중한 것일까?)

최 참판댁으로 향하며 여행의 마지막을 준비한다.

1년 만에 다시 찾은 남도대교.
산골의 짧은 낮시간으로 말미암아 어둡다는...;;

누구네 집이더라?


넌 좀 빠져줄래?

진부하다. 그치~?



사랑채 입구.


원하던 느낌이 표현되었는지...?

곤봉다리와 오래된 한옥과의 조화?

오늘 하루 동안의 모든 피로가 느껴지는...

사랑채.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음을 알려주는...

최 참판댁을 떠나며...

하동에서 부산, 다시 부산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금요일부터 주말까지 이어진 삼 일간의 회식과 여행의 피곤함 때문이었는지...
떠들석 하던 내 주변이 평소와 다름없는 조용함으로 바뀐 어색함 때문이었는지 모를...
온갖 생각들로 가득 찬 복잡한 내 머릿속.

너무 피곤하면 잠도 오지 않는다는 말처럼 집에 도착했어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TV를 켠다.
늦은 새벽까지 이어진 '달콤한 인생' 재방송.

엔딩 크레딧 장면이 보이며 흘러나오던 이병헌의 나레이션.
마치 내 맘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섬뜩한 그 나레이션은 지금 이 글을 적는 순간에도 그 느낌 그대로이다.

어느 깊은 가을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 또한, 그 제자처럼 이틀간의 달콤한 꿈을 꾸고 있었는지도...,
아니 아직도 그 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도...